공원 벤치에 갑자기 산타클로스처럼 보이는 이상한 노인이 나타난다. 이 노인은 세상을 원망하고 있던 나에게 마침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소원 세 개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이를 허튼소리로 여긴 '나'는 화를 내다 소원 두 개를 곧바로 허비해 버리고, 이제 남은 소원은 하나뿐. 그는 소원을 이뤄 마침내 행복해질 수 있을까.'행복을 위한 메르헨'은 올해로 탄생 125주년을 맞은 독일의 저명한 어린이책 작가이자 소설가인 에리히 캐스트너(1899~1974)가 1947년 쓴 단편을 그림책으로 만든 작품이다.참혹한 전쟁을 두 번이나 겪고 나치에
[충남일보 손지유 기자] 조서정 시인이 5월 가정의 달에 첫 산문집 『엄마를 팝니다』를 달아실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가정의 달에 선보인 책, 제목이 『엄마를 팝니다』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이번 산문집 『엄마를 팝니다』는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듯이 엄마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엄마를 중심으로 하여 지난 백년 가까이 이어진 조서정 시인의 가계와 내력이 고스란히 펼쳐진다.조서정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아버지의 여자였던 엄마를 훔친 죄, 뒤늦게 용서를 구합니다. 사남매의 엄마보다 아버지의 여자였을 때 더 곱게 빛났던 우리 박천규
"사랑하는 젊은이들아 / 붉은 피를 쏟으며 빛을 불러놓고 / 어둠 속에 멀리 간 수탉의 넋들아 /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 늬들의 공을 온 겨레가 안다"국학자이자 시인, 논객, 교육자였던 지식인 조지훈(1920~1968)이 4·19 혁명 직후이던 1960년 4월 20일 자신이 몸담고 있던 고려대의 교지 '고대문화' 1면에 쓴 헌시는 4월 혁명의 대표시 중 하나로 꼽힌다.4·19의 정신적 지주 중 한 명이었던 그는 당시 독재와 싸우다 희생된 제자들에게 바친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 -어느 스승의 뉘우침에서'라는 헌시로 일약 센세이션
어떤 사건을 작품으로 묘사하거나 그리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그 사건이 끔찍할수록, 그래서 사건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면, 세월의 힘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제주 4·3사건도 그런 경우다. 사건을 다룬 첫 소설(순이 삼촌·현기영)이 나오기까지는 30년이 필요했고, 4·3을 소재로 한 영화(지슬·오멸)가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선댄스영화제)을 받기까지는 60여년이 필요했으며, 당대에 저질러진 폭력의 상흔을 지긋이 바라보기(작별하지 않는다·한강)까지는 70여년이 필요했다.최근 출간된 '돌들이 말할 때까
다소 자극적이고도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충칭의 붉은 봄' 등을 쓴 언론인 출신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가 내놓은 신간이다.중국 국무원 직속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에서 공부한 저자는 '중국 부역'이라는 꽤나 낯설고 날선 용어를 들고나왔다.상대방의 지시를 받아 적극적으로 이적·간첩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 관료나 외교관, 정치인들이 중국을 옹호함으로써 국익을 해치는 것, 그리고 이를 알면서도 부화뇌동하는 것 또한 '부역'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그러면서 고(故)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 도올 김용옥, 문재
김사인 시인의 동료 문인과 학자 53명이 그의 작품에 대한 해석과 함께 인연을 소개했다.천양희 시인은 "사람의 심장은 하루에 십만 번 뛴다는데 김사인의 시는 그 두배를 뛰게 한다"고 감탄했다.박연준 시인은 김사인의 시에는 "금 간 백자, 집에서 가장 후미진 곳, 그곳을 기어가는 늙은 거미, 몽당비, 시의 오래된 얼굴, 옛사람의 손금, 냇물의 리듬, 그리고 사랑(이 들어있다)"이라고 했다.책은 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던 시인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오랜 벗인 영문학자 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의 제안으로 3년에 걸쳐 완성됐다.1981년
작가가 어느 날 병풍 속 초충도를 바라보다가 떠올린 만화다.풀벌레 한 마리가 꿈속에서 사람이 된다. 처음에는 수없이 많은 다리 대신 손 두 개, 발 두 개를 달고 움직이려니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다.다음날 꿈에서도 사람이 되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고, 멋진 화병에 담긴 화초도 감상한다. 그러다가 문득 화초 사이에 매달린 벌레인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이 책의 시점은 작은 풀벌레와 그 벌레를 바라보는 사람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그러면서 '나는 벌레인가, 사람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마치 깜빡 잠든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시인 윤동주는 '팔복 - 마태복음 5장 3~12'에서 이 구절을 여덟 번 반복해 썼다. 원래 마태복음 원문에는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등 여덟 가지 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구절이 등장하지만, 윤동주는 다른 구절을 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로 대체해 썼다. 시인 김복희는 슬퍼하는 자가 어째서 복이 있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시에 접근했다.김 시인은 그 까닭이, "사람이 혼자 슬퍼하지 않도록 하라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이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펜타닐은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계열로 강한 중독성과 환각 효과가 있다. 2021년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10만7천여 명 가운데 3분의 2가 펜타닐이 원인이었다.현재 펜타닐로 대표되는 오피오이드 중독 사태의 시작은 옥시콘틴이란 마약성 진통제였다.책은 옥시콘틴 남용과 이를 판매한 제약회사 퍼듀 파마, 이 회사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의 감춰진 세계를 폭로한다. 제약 회사의 탐욕,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허술한 규제, 잘못된 의료 관행을
"그건 우리 엄마가 좋아하던 옷 / 고향 집 앞마당 백일홍 닮아 / 꽃구경 갈 때면 입고 나서시던 옷 // 요양원 가자 할 때 앉아 챙기며 우시던 옷 / 구름 꽃 되어 입고 가신 / 울 엄마의 꽃무늬 블라우스"시인은 지하철역 출구 상가의 마네킹이 입고 있던 꽃무늬 블라우스를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리움이라는 말로도 다 표현하지 못할 절절한 감정이다.표제시 '우로보로스의 원'에서도 그리움은 이어진다."눈물이 마르는 동안 / 어머니의 한 생애가 돌고 / 우주가 돌고 / 우주의 우주가 돌고… / 만물이 다 / 우로보로스의 원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의 방에 걸린 그림 밑에 적힌 이 글귀는 미국의 여성 시인 엘라 윌러 윌콕스(1850~1919)의 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고독'이란 작품의 일부다.'고독'은 1883년 2월 25일 자 '뉴욕 선'에 처음 발표된 시로 현재도 영미권 독자들에게 애송되고 있다. 이 시가 실린 시집 '열정의 시'는 당시 2년간 미국에서 6만부가 팔리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고독'이 수록된 윌콕스의 시집 '고독의 리듬'이 번역돼
기업을 국가의 발전과 번영의 원동력이라 보는 시선도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기업이 희생을 강요하고 이윤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미국 텍사스 A&M 법학전문대학원의 윌리엄 매그너슨 교수가 쓴 '기업의 세계사'는 고대 로마부터 오늘날까지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던 '기업'의 역사를 훑어보며,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와 기업의 역할을 되묻는 책이다.책에 따르면 기업의 원형은 고대 로마의 소치에타스다. 로마 정부를 도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 단체였다. 그들은 세금을 징수하고 도로망과 수도관을 건설하며 시민의
한때는 '로봇', '장난감', '섹스봇'으로도 불렸지만 그 아름다움 때문에 결국 '천사'라 일컬어지게 된 창조물이 일상이 된 섬뜩한 미래를 그린 소설이다.아름다움이 절대적인 가치가 되어버린 시대, 어른들은 저마다 자신이 미의 극치로 여기는 형상이 완벽에 가깝게 구현된 천사를 구매해 동반자로 삼는다.열세살 같은 반 친구 미리내, 유미는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자비천사'를 봤다는 환희의 말에 따라 셋이 함께 함께 천사를 찾는 모험을 시작하고, 이후 아이들의 삶은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치닫는다.전작 '환상통', '성소년' 등
"아내의 닳은 손등을 / 오긋이 쥐고 걸었다 / 옛날엔 캠퍼스 커플 / 지금은 복지관 커플"부부간의 오래된 애틋한 정과 노년의 삶을 긍정하는 유머러스한 태도가 자연스럽게 담긴 이 시의 제목은 '동행'(성백광 지음)이다.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흘러 인생의 뒤안길을 맞았지만 살아있는 것 자체가 임을 기쁘게 노래한 시도 있다."죽음의 길은 멀고도 가깝다 / 어머니보다 오래 살아야 하는 나를 돌아본다 / 아! 살아있다는 것이 봄날"(김행선 시 '봄날')이 시들은 한국시인협회와 대한노인회가 올해 공동 주최한 제1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곧장 중환자실로 옮겨져 2~3주에 한 번씩 수술을 반복하며 7개월 반을 그곳에서 살았다. 그 후 네 살 때 원인 불명의 뇌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되고 시력을 상실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버티는 일뿐이었다.절망에서 그를 건져낸 건 커피였다. 커피는 "삶에 허락된 단 하나의 자유"였다. 대학 병원에서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 속에서 커피는 마음에 숨구멍을 내주었다."내가 있는 곳의 안과 밖 그 무엇 하나 바꿀 수 없어도, 안과 밖 그 너머에서 내 삶을 잠시 관조할 수 있게 시간을
감독과 각본을 맡은 '위민 토킹'(Women Talking)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세라 폴리의 첫 에세이다.저자는 4살에 스크린에 데뷔해 캐나다 대표 아역배우로 활동했고 10대 시절부터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27살에 직접 각색한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 2006)로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고 '우리도 사랑일까'(2011),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2012)를 발표해 유수의 상도 받았다.여섯 편의 에세이가 담긴 책은 삶에서 성공한 그가 감독이자 작가, 한 여성으로 겪은 위험한 이야기들을
19세기 중반은 황금의 시대였다. 그 이전 3000년 동안 채굴된 것보다 더 많은 금이 채굴됐다. '골드러시'(Gold rush)를 이끈 주인공은 중국인이었다. 중국인들은 금이 많이 났던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멜버른, 남아프리카공화국 트란스발로 이주해 금 채굴에 나섰다.중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미국 컬럼비아대학 역사학과 교수로,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중국인 금 채굴자들을 연구해 중국인의 이주와 노동,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국제 자본주의의 착취 구조를 파헤쳤다. 책은 그 결과물이다.저자는 고국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33년간 언론인으로 일하다 퇴직한 저자는 55살에 발레 슈즈를 신었다. 지난해 봄 갑작스럽게 은퇴한 그는 현실의 무게를 잊게 해줄 몸 쓸 일이 필요했고 어린 시절 로망이던 발레 학원에 등록했다.평소 쓰지 않던 근육과 관절을 사용하는 일은 그야말로 생고생이었다. 기본 발 자세인 턴아웃과 푸앵트부터 몸에 밴 습관에서 벗어나는 낯선 도전이었다. 근육통에 시달리고, 균형을 잃어 꽈당 넘어지고, 똑같은 지적을 몇 달째 들었다. 쉰을 넘겨 초보자가 되니 자존감마저 바닥으로 떨어졌다.그러나 저자는 안 되는 동작을 수십, 수백
"돈 냄새야.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돈 냄새가 나. / 그렇다. 바로 그것이었다. 돈 냄새 - 이것이야말로 그녀의 목소리 속에서 팔랑거리며 고개를 쳐드는, 그칠 줄 모르는 매력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중')돈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원천이다. 셰익스피어가 묘파한 것처럼 돈(황금)은 "검은 것을 희게, 추한 것을 아름답게, 나쁜 것을 좋게, 늙은 것을 젊게, 비천한 것을 고귀하게" 만드는 동력이다.철학자 강신주는 돈이 지배하는 막강한 자본주의에서 살아남는 방법, 나아가 소외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 여정을 떠난다.
짜장면은 서민들이 즐겨 먹는 대표 음식 중 하나다. 일평균 600만 그릇이 팔린다고 한다. 이런 짜장면의 기원은 구한말 중국 산둥 출신 노동자들이 들여와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그러나 재한 화교 3세 출신 연구자인 저자는 1912년 무렵 베이징의 한 다관(茶館)에서 짜장면이 기원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중국 작가 루쉰, 극작가 라오서, 북한 고고학자 도유호 등의 기록을 통해 짜장면 베이징 기원설을 주장한다.저자는 "당시 국수는 지금처럼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잔치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특